역전세난이니 뭐니 해서 전국 주택가격 하락세가 심하다고 난리다. 그래도 나는 무주택자로서 집이 하나는 필요하다. 바닥을 잡으면 좋겠지만, 바닥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니 대신에 최대한 싸게 사야했고, 초급매가 필요했다. 실제로 초급매를 잡았다. 그래서 작년 11월부터 초급매를 찾아다니며 얻었던 경험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다음 사이클에 다시 찾아볼 것 같다.
1.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팁
2. 그나마 현실적인 팁
3. 직접 찾고 적용해본 초급매 팁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팁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팁은 이렇다. 평소에 원하는 지역, 원하는 단지의 부동산에 자주 가서 친분을 쌓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급매가 나왔을 때 알려주신다고.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CEO가 이런 식으로 부동산과 친분을 쌓고 부동산 부자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지역과 원하는 단지는, 내가 살고있는 곳도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차선으로 동네부동산이랑 친해지면 건너건너 좋은 물건이 나왔을 때, 알려줄 가능성도 있겠지만. 바쁜 직장인으로서 어느 세월에 원하는 지역, 단지를 자주 찾아가서 부동산이랑 친해지고 있겠나
그나마 현실적인 팁은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내가 원하는 가격을 부동산에 말씀드리고, 연락처를 남겨놓고 오는 방식이다. 나는 더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명함도 드리고 다녔다. 그러나, 부동산은 시장상황이 엉망이지 않고서야 이런 사람들에게는 잘 연락하지 않는다. 어차피 연락해봐야 거기서 또 깎을 거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가격까지 왔다면, 더 깎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세 가지를 부동산에 가서 어필하라고 한다. 1) 당장 매매계약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보여주고 2) 대출이 가능한 금액(사전에 미리 알아보기) 3) 조만간 꼭 집을 매수하겠다는 의지. 이 세 가지를 보여주면 일단 부동산의 태도가 달리진다. 그냥 무작정 방문해서 "급매 있어요?" 할 때는 어중이떠중이로 대하던 태도가 조금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매성사를 위해 집주인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시기도 한다. 이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급매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초급매는 아니다.
실제로 급매까지는 몇몇 연락을 받았다. 네이버 호가 대비해서 5천만원 정도 떨어진 물건은 이렇게 성의를 보이면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더러는 기다리면 집주인이 5천만원 더 낮출 용의가 있다고 매수 추천을 해주시는 연락도 있었다. 그래서 이정도는 평범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에서 급해도 초급매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 이유
초급매는 부동산 호가 대비해서 심하게 떨어진 물건이다. 호가 대비 1억씩 떨어진, 혹은 호가 대비 10%는 떨어진 물건을 보통 초급매라고 하는 것 같다. 이런 물건들은 네이버 호가에서는 당연히 보기 힘들다. 그리고 부동산에 가서 현금, 대출가능 금액, 매수의지를 보여줘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왜? 초급매도 보여주는 순서가 있다. 부동산을 하시는 분들도 사람이다. 누가봐도 초급매가 나오면 어떨 것 같은가? 본인이 가장 먼저 사고싶다. 본인과 가족들에게 먼저 보여주고, 매수자가 없다면 친척들로 넘어간다. 그리고 친척들 중에서도 살 사람이 없을 때, 비로소 부동산과 평소에 친분을 쌓았던 매수자 대기자에게 넘어오는 것이다.
왜 매수대기자 순서가 이렇게 후순위일까? 초급매는 소문이 나면 안된다. 초급매로 매매계약을 맺게되면 지역 주민들은 그 부동산을 기피하고, 고객이 사라진다 덤으로 욕도 먹는다. 내 집값을 하락시킨 주범(?)이기 때문이다. 시장상황? 금리? 그런 거 없다. 그냥 싸게 팔면 나쁜 부동산이다. 부동산 입장에서는 그 지역에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괜히 초급매로 주목받아서 지역 커뮤니티에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에 A라는 초급매를 생판 모르는 매수자에게 믿고 제시했는데, 매매가 체결이 안되면 어떻게 될까? 매수자가 다른 매매를 위해 해당 A 초급매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A의 초급매 가격이 소문이 난다면 A는 소위 말하는 "걸레" 물건이 된다. 더이상 초급매 가격 이상으로 팔 수 없다.
직접 경험한 아파트 초급매 찾는 팁은
이런 초급매를 찾기 위해서 해당 단지, 해당 지역의 부동산이 아니라 떨어져 있는 부동산을 활용해보자. 지난해 마포에서 초급매가 체결이 됐는데, 거래된 부동산이 다른 지역의 부동산이라 부동산 커뮤니티에 충격을 줬다고 한다. 집주인도, 해당 지역의 부동산도 초급매를 체결했다가 뒷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내린 결정같았다. 나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단지의 3개를 꼽았다. 그리고 해당 지역이나 해당 단지의 부동산이 아닌, 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부동산에 방문했다. 물론, 지역적으로 더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방문 전에 부동산 평판이라던가 후기 정도는 찾아보며 부동산을 추렸다. 처음에는 그 부동산도 본인들 영업 지역에는 내가 원하는 가격의 물건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지역이 본인들의 영업 지역이 아니라는 점과 현금, 매수의지, 대출가능 금액을 확인하자 태도도 행동도 달라졌다.
거의 하루 한번꼴로 내가 원하는 지역의 급매와 초급매를 찾아주셨다. 그냥 돌아다닐 때 1천만원도 호가를 깎기도 어려웠는데, 일이 이렇게 풀리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잔금일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기까지 임장을 다녀온 아파트만 30개가 넘는다.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결정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평소에 관심이 없다가 빠른 시간 내에 준비하려니 스트레스가 더 했던 것 같다. 이 글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께 조금이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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